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사실상 자유한국당 대표 경선 출사표를 던지며 혁신과 이념무장이 없으면 당은 소멸될 것이라 천명했다. 자유한국당을 반드시 개혁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 당의 사활을 위해서는 과거와 단절하고 이념으로 무장하며 정의와 형평을 구현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홍준표 전 지사는 지난 19대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출마,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록한 뒤 미국에서 머물다가 지난 4일 귀국한 후 15일 서울시당 이전 개소식에 참석했다. 첫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홍준표 전 지사는 이 자리에서 “나는 당권에 관심이 없다. 당권을 맡아줄 사람이 있으면 하지 않는다”며 “이 당을 제대로 만들어줄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지지한다”고 운을 땠다.
이어“나는 당권을 이미 한번 맡아본 사람”이라며 “제가 이 무너지고 썩은 정당을 지금 맡아 악역을 할 이유가 어디 있냐”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홍준표 전 지사는 또 “당의 구심점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당하고 구속당하고 몰락했다”면서 “이것을 대신할 사람이 있으면 내가 나설 필요가 없는데, (당대표에 나서야 하는) 나도 답답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인사청문회 하는 걸 보면서 이것도 정당인가, 또 대선을 치르면서 이것도 정당인가 생각을 했다”고 개탄하며 “한국당은 혁신으로 새 출발을 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자성을 촉구했다.
홍 지사의 이 같은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최근 인사난맥상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무기력한 대응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였으면 자진사퇴했어야 할 위장전입, 논문표절, 세금탈루 의혹, 다운계약서 등 흠결이 많은 인물들을 버젓이 장관후보자로 내정, 국회청문보고서 채택 불발됐음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하는데 대한 미숙한 대응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준표 전 지사는 또한 친박계를 겨냥 “대선 때는 정말 지게작대기도 필요했기 때문에 모두 한마음으로 임했다”면서도 “하지만 이제는 이 집단이 살아남으려면 첫째 과거와 단절하고, 철저한 외부 혁신을 하고 이념 무장을 하지 않으면 이 당은 사라진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자유 대한민국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나가야 할지 함께 생각하고 함께 가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홍준표 전 지사는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자유한국당이 정의와 형평을 상실한 이익집단이었기 때문에 청장년층의 지지를 상실했다. 친박당이 몰락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면서 “자유한국당이 이들의 지지를 회복하려면 철저하게 자유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고 정의와 형평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적시한바가 있다.
친박계청산 등을 통한 과거와 절연, 혁신, 이념무장, 인류보편의 가치와 자유대한민국의 가치 등을 지키며 자유한국당을 진정한 우파정당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한편, 홍준표 전 지사는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기호지세가 되어버렸다. 원하든 원하지 안튼 간에 호랑이 등에서 내릴 수 없는 입장이 되어 버렸다. 곤혹스럽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었다”며 당대표 출마를 사실상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