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실세인 서청원 의원, 최경환 의원에게 자진탈당을 권유해야 한다는 내용의 인적혁신안을 13일 발표했다. 혁신위는 이들이 자진탈당을 하지 않을 시에는 당헌당규에 의해 출당조치를 취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자진탈당을 권유하는 배경에 대해서는 지난해4월 총선 공천실패와 이어지는 국정운영 실패로 인한 19대 대선패배 등을 들었다. 일련의 사태로 보수우파와 자유한국당이 위기에 내몰린 만큼 박 전 대통령이 최소한 정치적인 책임을 져야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도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받아야 할 최소한의 예우는 물론 자연인으로서 인권침해 없이 공정하게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혁신위는 또 서 의원과 최 의원에 대해서도 “당내 계파 전횡으로부터 비롯된 국정실패에 책임이 가장 무겁다”는 이유를 들어 자진탈당을 권유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혁신위는 이른바 ‘진박감별사’ 등을 자처하며 총선 공천과정에서 전횡을 부린 나머지 의원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하고 당의 화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건부 면죄부’를 줬다.
이어 “만일 그렇지 않을 경우, 혁신위는 이들에 대해 책임을 묻는 추가적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혁신위는 탈당의원들의 복당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권을 상대로 한 '체제수호'는 물론 신보수 노선의 강화를 위해 분열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전제로 대승적 차원에서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위의 이번 혁신안을 보면 화합과 혁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보수우파 궤멸에 단초를 제공하고 계파갈등을 조장하여 해당행위를 한 상징적인 인물들을 청산하면서 혁신에 대한 강한의지를 국민들에게 피력하고 책임정치를 구현해야한다는 뜻을 강조했다.
또, 해당행위와 보수궤멸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상징적인 인물들로 출당조치 대상을 한정했고, 스스로 물러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며 탈당의원들에 대한 복당도 용인, 큰 틀에서 화합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다만 시기적으로는 좀 아쉽다. 북핵문제와 국정감사 등 현안이 산적한 마당에 뜨거운 감자인 박 전 대통령의 출당문제로 당론이 흐트러지면 자칫 내부분열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홍준표 대표는 북핵문제를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이철우 단장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북핵위기대응특위 특사단을 미국으로 급파, 문재인 정부의 안보무능을 해결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평소 주장한 ‘무장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전술핵재배치를 위한 1000만 서명운동을 실시하는 등에 당력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위급하고 절박한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로 당론이 흔들리거나 내홍이 발생하면 국가적으로는 물론 자유한국당으로서도 큰 손실이다.
다행이도 홍준표 대표는 이날 인적혁신안에 대해 “혁신위의 인적쇄신안은 당에 권고하는 것으로, 혁신위는 집행기관이 아니다”라며 "당내 의견을 모아 집행 여부를 10월 17일 박 전 대통령 1심 판결을 전후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장의 공론화를 잠재운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혁신위가 인적혁신안을 건의하게 된 배경. 즉 ‘자유한국당 내부결집과 보수우파의 대통합’, ‘당조직정비와 새로운 인재영입을 통한 변화’, ‘보수우파 위기를 불러온 책임을 통감하며 책임정치를 실현하고, 이를 통한 국민신뢰 회복’ 등은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인적혁신을 통해 강력한 가치정당으로 거듭나 문재인 정부 하에서 더 이상 자유대한민국의 가치가 흔들리지 않도록 ‘체제수호’에 앞장서야한다는 혁신위가 제시한 목표도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